𝐔𝐧𝐫𝐞𝐪𝐮𝐢𝐭𝐞𝐝 𝐋𝐨𝐯𝐞

Enchanted affection 2024. 7. 8. 10:59

*본 글의 저작권은 @yeons_OC 에게 저작권이 있음을 알립니다. 단순히 선물을 목적으로 받게 된 연 님의 성의가 담긴 글입니다. 읽기 전에 참고해 주세요.

Unrequited Love

··· Someone's love may never come back

슬리데린 기숙사의 아침은 고요했다. 이따금 모닥불 타는 소리나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휴게실의 넓은 공간을 채울 뿐,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다. 이러한 풍경이 무척이나 익숙한 알파드 블랙은 슬리데린 남학생 무리와 함께 고풍스러운 검은색 가죽 소파에 나란히 앉아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래되었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달력이 가리키기를, 어느덧 11월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다. 한창 추울 날씨이긴 하네. 최근 들어 아침이든 저녁이든 가리지 않고 휴게실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드는 이유로 납득될 만한 날씨였다. 게다가 오늘은 유독 추웠던 탓에 호그스미드 방문일임에도 기숙사 밖으로 꼼짝도 않는 학생들도 꽤 있는 모양이었다.

알파드도 주말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 정도야 있었지만 데이트 신청을 대차게 -사실 아주 친절하게- 거절당한 참이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센 눈이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아늑한 기숙사에 남아있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조금 유치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모닥불의 온기로 차가운 손발이 녹아내릴 무렵, 그의 옆에 앉아있던 룸메이트가 한숨을 내뱉으며 기나긴 정적을 깨트렸다.

"나도 애인만 있었다면.”
"연인만 있었다면, 뭐. 호그스미드라도 가게?"

친구의 뜬금없는 한탄에 알파드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
"꿈 깨라."
"...칼렌 선배한테 데이트 신청도 못 한 주제에."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알파드는 아픈 곳을 건드려 놓고 고소하다는 듯 히죽 웃는 제 친구에게 작게 욕설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뒤쪽에서 들리는 여학생들의 희미한 웃음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히포그리포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는 백금발의 여인이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침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에도 완벽하구나, 저 사람은.

"말포이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너는 어때, 멜?"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던 적도 있어.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라고 한마디 해 줬지만 말이야."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모습을 보아하니 멜리사의 친구들이 히죽 웃으며 멜리사에게 무언가를 캐묻고 있었고, 조금 쑥스럽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 멜리사를 본 발부르가 누님이 '더 이상 묻지 않는 게 좋겠다'며 그들을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친누나, 발부르가는 동생들에게 무척 엄격했던 대신 멜에게는 항상 다정했다. 블랙 가문의 장녀로서의 책임감은 막대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억울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알파드는 멜리사 칼렌의 미소 앞에서 사르르 녹지 않을 사람은 리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별'이라는 별명이 멜리사를 위해 태어난 듯, 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런 여인을 누나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의 마음에도 들었고.

발부르가의 애정이 담긴 쓰다듬을 받으며 살풋 미소짓는 멜리사를 보자 알파드는 가슴이 붕 떠서 당장이라도 소리 내 이름을 부르고 싶어졌지만, 가슴 한 켠에 불안한 마음이 불쑥 들어와 입만 뻐끔거렸다. 멜리사 카렌의 얼굴이 붉게 물들여졌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알파드는 이미 원인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부정했지만, 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자 그날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멜, 내 손 꼭 붙잡고 따라와. 꼭 당신한테 보여주고 싶은 경치가 있어."
"아브, 그러다 누가 보면 어떡해?"
"괜찮을 거야."
"...후후, 당신이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로 괜찮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거 알아?"

겨울치고 따스한 날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손을 마주 잡은 아름다운 연인 한 쌍의 길잡이가 되어주던 그날, 알파드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멜리사가 눈이 내리는 추운 날에도 얼굴을 붉히고 있던 이유,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그에게 조금씩 선을 긋던 이유, 그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이유. 그건 사랑이었다. 멜리사 칼렌은 아브락사스 말포이를 사랑한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신하게 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알파드는 응답받지 못한 사랑만큼 잔인한 건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도저히 감정을 읽어낼 수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라고 해도, 사실 그의 시선 끝에 존재했던 이는 언제나 단 한 명뿐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