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𝑨𝒃𝒐𝒖𝒕 𝑲𝒂𝒍𝒍𝒆𝒏』 𝐓𝐡𝐞 𝐄𝐱𝐩𝐮𝐥𝐬𝐢𝐨𝐧 𝐨𝐟 𝐑𝐮𝐛𝐞𝐮𝐬 𝐇𝐚𝐠𝐫𝐢𝐝

2023. 11. 08 발행

* 멜리사 6학년 시점 (1943) 입니다. 

 

 The Expulsion of Rubeus Hagrid

 

 

 비가 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억센 비였다. 밤늦게 비행 연습을 하던 플리몬트 포터가 비를 피해 들어왔다. 비에 의해 젖은 자기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샤워해야겠는걸.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톰, 어제부터 대체 왜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루베우스 말이야, 걔가 퇴학당한 이유에 네가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내가 그런 새끼까지 신경 써야 하나.”

 

 낮고도 냉정한 목소리. 꼭 맹수의 공격이 일어나기 직전의 폭풍전야 같았다. 플리몬트 포터는 급하게 몸을 숨겼다. 실상 이곳까지 온 건 두 사람이었지만, 대충만 봐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거기까지만 하지 그래.”

 

 모르는 목소리.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 눈만 마주쳐도 살얼음 위인 것 같다는 발부르가 블랙이었다. 플리몬트는 제 입을 막았다. 혹여나 제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을 벌일지 감도 안 오는 인물들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플리몬트 쪽으로 다가왔다. 이내 코앞까지 오더니, 바닥에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플리몬트는 강제로 숨을 참았다. 끌리는 소리가 끊기더니, 발부르가가 앉았다. 앉으려고 플리몬트가 숨은 쪽에 있던 의자를 자신의 쪽으로 당기다가 바닥이 끌렸던 모양이었다.

 

“다들 굳이 이곳에서 말할 필요가 있나? 기숙사에 가서 얘기하자고.”

“넌 빠져, 잘나신 차기 가주님.”

“어차피 가주는 너잖아, 오리온?”

“다들 그만 좀 하지, 특히 너.”

 

 아까와 또 다른 목소리. 하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말을 멈췄으니까. 플리몬트도 들어본 목소리였다. 현재 슬리데린의 중심에 있는 사람, 멜리사 칼렌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멜리사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빛이 드리웠다. 그녀의 반대편에는 톰 리들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주위를 슬리데린들이 감싸고 있었다. 다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누구 하나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정적을 깬 건, 멜리사였다.

 

“네가 아니라는 거지, 리들.”

“드디어 내 말을 믿어주나, 칼렌?”

 

 리들이 히죽거렸다. 정확히는 한쪽 눈썹을 까딱거렸다. 자신의 앞에 놓인 이 당돌한 여학생을 어떻게 잡아먹을까 궁리하는 뱀 같았다. 그런 리들의 모습에도 멜리사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한 눈빛을 보이며 물러설 기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부디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

 

 멜리사는 제일 먼저 그곳에서 사라졌다. 멜리사가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한 명씩 나갔다. 톰은 오리온에게 잡혔던 셔츠를 펴고는 다시 단정하게 단추를 잠구었다.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톰이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전부 나갔다고 생각한 플리몬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 간 건가.”

“이런, 쥐새끼가 하나 있었던 모양이네.”

 

 다 나갔다고 생각한 그곳에는 발부르가가 여전히 앉아있었다. 플리몬트는 너무 놀라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더니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플리몬트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윽고 그의 앞에 발부르가가 섰을 때, 그의 앞에 있는 커튼을 치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않는 게 좋을 거야.”

 

 부탁이 아니었다. 경고나 협박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언제부터 있었냐, 어디서부터 들었냐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묵인하라는 경고. 포터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고개 끄덕임을 본 발부르가가 돌아섰다. 그러고선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플리몬트는 발부르가가 앉아있던 그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의 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쓰러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를 비추는 달빛이 들어오는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