𝐓𝐡𝐞 𝐁𝐥𝐚𝐜𝐤 𝐂𝐚𝐭

2023. 12. 21 발행

* 유엘쓰 의 드림주 레이시 스칼렛과의 관계를 풀어놓은 서사입니다.

 

 

The Black Cat

Laicy Scarlet X Melissa Kallen

 

 

 
 또다시 돌아오는 입학은 언제나 호그와트 학생들을 설레게 했다. 기존 재학생들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바로 신입생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조금 들떠있어 보였다. 멜리사 칼렌도 자신이 입학하던 때가 새록새록 생각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기숙사 반장의 안내에 따라 연회장으로 이동한 멜리사는 자리에 착석했다. 그녀의 맞은편, 정확히 말하자면 대각선 정도에는 그녀의 선배, 발부르가 블랙이 앉아 있었다. 신입생들이 입장하기 전에, 알파드 블랙이 이번 해에 입학한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다 퍼진 모양이었다. 발부르가 블랙은 그와 상관없이 그저 평소 같은 모습이었다. 소란스러운 학생들 사이, 멜리사와 눈이 마주치자, 발부르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한편, 멜리사의 옆에 있던 티나 – 이하, 크리스티나 레이븐스 – 는 묵묵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입학식 날부터 같은 방 룸메이트로 지내는 현재까지. 멜리사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멜리사는 망설이지 않고 티나를 말할 것이다. 그런 티나는 신입생이 들어오는 기숙사 배정식 날에도 언제나처럼 그녀의 옆에 함께였다.
 
 신입생들이 들어오자, 소란스러웠던 연회장이 덤블도어의 손짓 한 번에 조용해졌다. 저마다의 긴장과 설렘을 안고 들어오는 신입생들이 멜리사의 눈에는 그저 귀여워 보였다. 어느새 멜리사가 기숙사 배정을 받으러 온 날도 오늘로부터 2년 전의 일이었다.
 
 

*

 
 
 알파드 블랙의 이름이 불리자, 조용했던 장내가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 블랙 가문의 일원이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것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다들 당연히 슬리데린에 가겠지 하며 수군거렸다. 멜리사는 입학식 전에 발부르가에게 들었던 동생에 대한 얘기를 상기했다. 아마 그 아이도 블랙이니까 슬리데린에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처럼, 알파드 블랙은 모두의 예상과 같이 멜리사와 같은 슬리데린을 배정받았다.
 
 알파드 블랙의 슬리데린 배정이 눈 앞에서 진실이 되자,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이때까지 있었던 배정보다 큰 환호성이 나왔다. 알파드 블랙은 저택에 있을 때부터 발부르가의 표정을 풀어지게 만드는 금발의 여인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에 일부러 제 누나의 표정을 풀리게 만든 멜리사의 근처를 서성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알파드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알파드만 들릴 정도로 작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슬리데린에 온 것을 환영해.”
 
 알파드가 조금 놀란 눈으로 멜리사를 바라보자,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싱긋 웃어 보였다. 알파드 블랙이 슬리데린에 제대로 앉은 것을 확인한 멜리사도 한숨을 돌렸다.
 
 신입생을 환영해 주며 박수를 치고 환호하다가 잠깐 고개를 돌린 그때, 멜리사는 붉은 눈을 가진 여학생과 눈이 스쳐 가듯 마주쳤다. 사과라기엔 검붉었고 핏빛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빛나는 눈이었다. 그래, 와인 정도에 비유하면 딱 맞을 것 같은 눈이었다. 그 짧은 찰나를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게 하는 힘을 가진 눈. 멜리사는 그녀와의 눈이 마주치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의도하지 않게 이루어지는 눈맞춤에 상대가 무안해하면 어쩌지 싶어 싱긋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 어느덧 습관이 된 멜리사였다.
 
 신입생이 슬리데린에 배정받았는지,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부는 슬리데린 학생들에 멜리사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배정식에 집중했다. 하지만, 분명 그 와인빛의 눈동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은 기숙사 배정식이 끝날 때까지도 떠나지 않았다.
 
 

*

 
 
 기숙사 배정식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의 짧은 연설과 함께 연회가 시작되었다. 멜리사도 자신의 테이블 앞에 놓인 음식을 덜어 먹었다. 물론 옆에 앉은 신입생을 챙겨주면서. 알파드 블랙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이 금발의 선배가 어떻게 발부르가를 풀어지게 하는 건지 싶어 그녀 모르게 그녀의 행동을 살폈다. 멜리사는 그저 자신을 보는 알파드에게 웃으며 궁금한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하라는 말을 하는, 다정하고 친절한 선배였다. 뭔가 발부르가와 이리 다른 것을 보니 – 아무래도 알파드 블랙은 그녀의 혈육이니 당연한 처사였겠지만 – 평소 발부르가에게 어떻게 행동했을지 눈에 선했다.
 
 ‘그녀의 마음에 아주 쏙 들었겠군.’
 
 그도 그럴 것이, 발부르가는 싹싹하고 예의를 갖춘 사람을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알파드가 보기엔 자신의 옆에 있는 이 금발의 미인이 - 자신에게 지금까지 한 태도로만 평가하자면 – 발부르가의 조건에 딱 맞는 사람 같아 보였다. 멜리사는 온화하고 친절하며, 유한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깜깜한 밤을 지키는 별과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묘하게 자신이 배정받았을 때와는 달리 무언가 고민에 빠져 보였다. 대체 신입생 배정식에 그리 고민하는 일이 뭐가 있지? 배정식은 매우 바빠서 정신없이 지나가기 마련인데도, 옆의 이 사람은 묘하게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눈이 마주치면 말을 들어주긴 하지만.
 
 그 사람이 보는 곳을 무심코 쳐다봤다가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긴 검은색 머리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자신의 약혼녀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 그저 가문 어른들끼리 정해놓은 일종의 계약 같은 거였으니까. 그리고 이미 일년 전에 호그와트에 입학해 다니고 있다는 말도 듣고 온 상태였다. 다만, 그녀가 그리핀도르에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데.
 
 한편, 멜리사는 아직도 그 여학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히 본 적 있는 눈동자인데, 어디서 봤지. 천천히 샐러드를 씹던 멜리사는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이 반짝였다. 그래, 고양이.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니, 멜리사가 오래 고민할 만도 했다. 때는 12월, 애니마구스를 연습하던 레이시가 검은 고양이로 변해 복도에 자리 잡았을 때 마주쳤던 것이었다. 물론 멜리사는 그 고양이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 고양이가 자기에게 처음에는 날을 세웠지만, 멜리사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고양이가 그녀의 손등에 머리를 비볐으니까. 멜리사도 이전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검은 아기 고양이의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고양이를 만난 것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비록 샤를루스 포터가 고양이를 데리러 슬리데린 테이블로 친히 와 주셨던 덕에, 그녀의 고양이가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방금 마주쳤던 그리핀도르 테이블의 여학생의 눈이, 꼭 그 고양이를 닮아 있었다. 검은색의 머리카락은 멜리사로 하여금 그 아기 고양이의 검정 털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멜리사는 자신의 생각에 놀라 토끼 눈이 되었다. 이내 눈 크기가 돌아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저 여학생은 사람인 걸. 물론 간혹 애니마구스가 있긴 하지만, 애니마구스는 손에 꼽을 정도로 고등 마법이고.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멜리사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내가 너무 정신이 없으니 이런 생각도 하나 보네. 멜리사가 고민을 해결한 건지 다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제 앞에 놓인 차를 홀짝였다. 윈터 베리 허브차였다. 차를 우려내어서 그런지 은은한 장미향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