𝐒𝐥𝐲𝐭𝐡𝐞𝐫𝐢𝐧 𝐜𝐨𝐦𝐦𝐨𝐧 𝐫𝐨𝐨𝐦

2023.10.25 발행

 

 

 알파드 블랙의 뒤에는 톰 리들과 오리온 블랙이 자리했다. 아브락사스와 멜리사는 못 본 것 같았지만, 톰 리들이 순식간에 인상을 찌푸렸다가 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면 하는 습관 중 하나였다. 그런 톰의 모습을, 어느새 커먼룸으로 들어와 있던 발부르가가 매우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 일로 둘이 있어요?”

 알파드 블랙이 평소보다 한껏 과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멜리사는 곧 정신을 차리고 알파드의 말에 대답했다.

“과제 중이었어. 우리 후배님은 아직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을걸.”

“그렇게 말하면 저 조금 상처받아요.”

 

 알파드가 울상을 지었다. 그 표정은 반칙이지, 알파드. 멜리사가 울상이 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저거, 언제 사람이 되려고 그러나. 발부르가가 그 장면을 애써 무시하려 고개를 돌렸다. 그런 발부르가의 표정을 본 건지 알파드는 이전보다 능글맞게 울망울망한 표정을 지으며 멜리사의 손에 머리를 기대었다. 톰 리들이 알파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알파드가 어디까지 하나 보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었다. 발부르가의 표정은 못 봤지만, 톰 리들의 표정은 본 것인지 알파드가 멜리사의 손으로부터 멀어졌다. 톰 리들이 그를 보고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꼭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그래서, 과제는 다 했고?”

“네, 어느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멜.”

  어디서 왔는지 멜리사가 발부르가와 대화하는 사이 리들이 그녀의 과제를 넘겨 보며 말했다. 흠, 형편없군. 안 그래? 아브락사스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아브락사스가 리들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별로.”

“뭐?”

“그렇게 놀릴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지.”

 

  아브락사스가 리들의 손에 있던 양피지를 다시 멜리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평소와는 달리 강경한 단호함이 묻어나왔다. 리들이 눈을 가늘게 뜨며 아브락사스를 바라보았다. 아브락사스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의 반응에 알파드가 한숨을 한 번 푹 쉬고는 발부르가를 바라보았다. 분위기 풀어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다. 그런 알파드의 반응이 제법 웃겼던 모양인지 발부르가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며 말했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그만들 좀 해라. 멜, 괜찮아?”

“… 아, 그럼요.”

 

 발부르가의 손길에 멜리사가 눈을 감았다. 조금은 차갑지만 다정한 손길. 멜리사는 그 손길이 발부르가와 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흡사 고양이의 턱을 쓰다듬어 주는 집사의 손길 같달까. 티나가 그런 멜리사의 옆에서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빤히 바라보았다. 티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멜리사가 티나 쪽을 보며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순수한 궁금증이 들어간 행동이었다. 금방 풀어진 분위기에 멜리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